나의 여행기

[속초-서울 도보여행기] 삼팔선을 통과하다.

혜안1952 2012. 6. 24. 18:27

 

5.셋째 날(6/13)-3.8선을 통과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숲속이라 날씨가 차다. 그런데 화장실 문을 열고는 깜짝 놀랐다. 화장실은 나방으로 새까맣게 가득 찼다. 밤에 화장실 등을 켜 놓고 창문을 열어 두었던 탓이다. 할 수 없이 본체의 화장실을 이용하여 고양이 세수를 하고 주인집 할머니 아주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나섰다.(6시40분)

  오늘도 구도로가 없어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서 걸을 수밖에 없다. 자동차 전용도로는 시멘트 때문에 발바닥도 아프지만 화물차가 싱싱 달릴 때는 내 몸이 빨려들 것 같은 위협을 느낀다. 다행히 이른 아침이라 자동차 통행량이 많지는 않다. 한참을 가니 3.8선 표지석이 보인다. 생각지도 않은 3.8선을 만나니 새삼 6.25전쟁이 상상되고 가슴이 뭉클하여왔다.

  조금 더 가니 3.8선 휴게소가 있다. 저 아래 강가에서는 군인들이 훈련을 하고 있고 우리는 우거지 탕으로 늦은 아침을 먹으니 어제 저녁 숙취가 해소 되는 듯했다. 그런데 강을 바라보는 경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유럽의 어느 나라에 와있는 착각을 할 정도로 기가 막히게 좋다.

 

오늘 이 발걸음 힘들지언정

내일의 행복이 되고 또 다른 오늘의 희망인 것을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묵묵히 흐르는 소양강 물처럼

늘 그 곳에서 말없이 흐르는 오봉산처럼 우리네 인생 또한 자연의 섭리에 통속하는 것을

 

하늘이 내려준 대자연의 섭리 앞에

서로가 서로를 몰랐기에

산과 강과 인관관계를 넘어서 많은 교감 나누었네.

 

인생무상 재해무상이라 했던가

오봉산 자락에 다소곳이 자리한 청평사에서

아집과 앙금 벗어 두고서

속된 세상사 자연의 흐름 앞에 순응할 줄 알며

배려와 이해와 양보로서

서로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미소 하나 되게 하소서

 

산과 강을 감싸고 강은 산그림자 포옹하며

우리서로 사랑하며 살게 하소서

( 어느 무명 시인의 시)

 

  다시 파이팅을 외치고 가는데 우 사장이 또 가래토시 통증을 호소한다. 도저히 걷는 자체가 어렵게 보인다. 신남에서 버스를 타고 먼저 장남까지 가도록 하고 안 부장과 둘이 걷는데 안 부장은 키도 작은 사람이 어찌나 잘 걷는지 나하고는 거의 1km이상 차이가 난다. 나는 발가락의 물집으로 스틱을 집고 절뚝거리며 겨우 따라간다. 드디어 두촌면에 도착하여 약국에 들러 밴드 두통을 더 샀다. 물집이 워낙 많이 생겨 저녁마다 갈아 붙이다 보니 집에서 가져온 것이 벌써 다 떨어졌다. 안 부장이 우체국에 딸에게 엽서를 보내러 간 사이 나는 조금이라도 더 갈려고 혼자서 아픈 발을 절뚝거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소변을 보기 위해 언덕에 섰다가 언덕이 꺼지는 바람에 신발이 흙투성이가 되었다. 혹시 뱀 굴이나 될까봐 어찌나 놀랐는지…….

길에 즐비하게 있는 산딸기 따먹는 재미에 푹 빠져있는 동안 벌써 안 부장이 뒤따라왔다.

  2시20분 드디어 장남을 지나 가리산 입구에 먼저 와서 있던 우 사장과 합류를 했다. 우 사장은 맛있는 집보다는 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집을 잡았다. 정말 뭐의 마음은 뭐가 안다는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한발자국도 더 움직이기가 귀찮았다.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서로가 그런 마음이었기에 끝까지 완주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물집이 너무 심해 다시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지만 걷는 게 정말 고통스럽다. 포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홍천을 향해 다시 걷는다. 계속 4차선 자동차 전용도로에 날씨도 덥고 갈수록 힘이 더 든다. 오늘이 제일 고비인 것 갔다. 부상도 심하고 늘어가는 것은 물집뿐이다.

 5시40분 좀 이른 시간이지만 오늘도 걸은 시간은 10시간이상 30km는 족히 걸은 것 같다. 동홍천까지가 목표지만 너무 지쳐서 오늘은 좀 일찍 쉬기로 했는데 또 다시 숙박 장소 잡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는 숙박과 숙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시골이라 식당들이 거의 없다. 철정검문소를 지나서 몇 군데 전화를 돌린 후 겨우 철정국군병원 근처에 있는 <아호동 민박>을 숙소로 정했다. 시즌이 아니라 숙소에는 온수도 나오지 않고 화장실도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방갈로만 덜렁 있다. 찬물에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여 빨랫줄에 걸고 마침 병원공사 인부들이 숙식을 하고 있어 저녁을 같이 하게 되었다. 한 분이 산에 가서 산삼을 깨 왔다며 서울 가서 팔면 이천만원은 받는다고 한다. 우리도 새끼 산양산삼을 한 뿌리씩 주어서 먹고, 삼을 갈아 소주를 타서 마시니 술이 취하기는커녕 힘이 더 나는 것 같았다. 심마니에게 꾀어 결국은 노래방까지 하고 잠에 들었다.

 

 

뒤어 보이는 작은 방가로가 우리가 묵었던 "강나루 언덕"의 숙소

 

 신남을 향해 4차선 국도로 간다.

 

 

소양강의 아름다운 초지-하천부지를 임차하여 초지를 길러 사료용으로 판다고 한다

 

 

여기가 3.8선입니다.

 

 

산좋고 물좋아 여기말고도 몇곳의 천주교 피정지가 있었다.

3.8선 휴게소에서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논에는 백로들이 평화롭게 날고 있다. 아마  농약을 치지 않는 모양이다.

 

 

금계국이 참 예쁘게도 피었어요.

 

호박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입니다.

 

구름이 너무 멋있는데 고개를 떨구고 읶는 우 사장,너무 힘겨워 보입니다.

 

 

그림같은 전원풍경,정말 살고 싶은 곳입니다.

 

옥수수가 벌써 이만큼 자랐네요.

 

이 집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까요.

 

호박꽃도 예쁩니다.

안 부장은 저 만치 앞서고 그 뒤를 우 사장과 내가 힘겹게 따라간다.

 

 

 

  우리가 묵을 <아호동강 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