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

[속초-서울 도보여행기] 여행을 마치며

혜안1952 2012. 6. 24. 00:36

 

10. 도보여행을 마치며,

 

 

 

   청년 산티아고가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배낭에서 포도주 한 병을 꺼내 연금술사와 포도주를 마시던 사막의 밤을 생각하듯 지나온 여행길을 되돌아보았다.

  누군가 산에 오를 때 못 본 것을 내려오면서 보았듯이 늘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못 본 것을 걸으니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길을 떠날 때 가졌던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지고 호기심 과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삶의 방식이 흥미롭고, 우리 인간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 내가 그동안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았는지. 얼마나 속 좁게 살았는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세상에는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 세상에는 얼마나 할 일이 많은지 깨닫게 해 주는 좋은 기회였다.

 속초시청에서 서울시청까지는 직선 거리로 약 212km라고 한다. 우리는 재를 넘고 많은 우회도로를 경유하여 아마 거의 300km를 걸었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일부 구간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도 했다. 아마 그렇지 않고 정상적으로 전부 다 걷는다면 9~10일정도가 걸릴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번 여행처럼 시멘트포장 도로를 걷는 도보여행은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무릎에 무리도 많이 갈 뿐만 아니라 발바닥에 물집으로 상당히 고생할 가능이 많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갈 때도 물집은 없었다. 혹 가게 된다면 물집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일주일 만에 집에 와서 모아둔 신문을 읽었다. 특별히 볼만한 기사는 없었지만 두 가지가 나를 너무 화나고 슬프게 하였다. 하나는 대구에서 자살한 중학생이 자살직전 엘리베이터 안에서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을 보고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평온한 듯 한 세상에 늑대와 같은 인간이하의 동물이 아직도 있다는 건가?

  또 다른 하나는 정부의 포괄수가제시행에 반대하며 의사들이 집단적으로 수술을 거부하기로 했다는 기사는 나를 너무 화나게 했다. 국민의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나는 의사와 군인, 경찰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파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하루하루를 너무 바쁘게 살아왔고 지금도 여전히 바쁘게 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바쁠 이유가 없다. 그냥 내 마음이 바쁘게 느끼는 것일 뿐. 내 인생에 마침표를 찍기 전에 내겐 쉼표가 필요하다. 이제 가끔은 쉼표를 찍으며 살아야 가야겠다.

 

  세 사람이 무리 없이 완주해달라는 안 부장의 기도가 우리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또한 우 장로의 보이지 않는 기도가 큰 힘이 되었으리라. [총경비 약 100만원(35만원/1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