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기

강진 덕룡산 산행기

혜안1952 2012. 4. 7. 01:32

 

  봄은 봄인데 확신이 가지 않는다. 봄비가 오면 천지를 크다란 붓으로 수채화를 그릴 줄 알았는데 이 좁은 나라에서도 어느 곳은 겨울같이 눈이 쌓이고 강풍주의보가 내릴 정도의 세찬 바람이 봄을 더디게 한다. 멀리 미국 달라스에서는 토네이도로 주택의 지붕이 날아가고 콘테이너 박스가 날아다니는 장면이 신문에 나왔다. 인환이에게 전화했더니 학교 지하대피소에서 2시간이상을 피신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남녘에서는 봄이 오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어제는 멀리 전라도 강진 덕룡산을 다녀왔다.

은퇴후 좋은 것중의 하나가 평일에 여행을 하거나 산행을 할 수 있어 좋다. 조조영화를 보는 것도 값싸고 한적해서 좋다. 처음으로 산악회의 목요산행에 참석했다. 강진은 왕복9시간이 넘게 걸리는 먼거리로 산행시간도  5시간이나 하니 효율성으로 보며는 할 짓이 못된다. 그러나 세상일이 수학처럼 딱 맞게만 살수 있겠는가. 이제부터는 수학보다는 문학적 또는 철학적인 삶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산행하면서 오가는 버스속에서 많은 상념들이 떠오르고 정리되곤 했다. 은퇴(Retire)란 RE-Tire처럼 타이어를 다시 갈아끼고 새출발 하는 것이라고 한다. 타이어를 갈아끼우기 위해서는 정비소가 필요한다.그리고 약간의 비용과 시간의 투자가 요구된다. 산은 정비소다.

  덕룡산은 435m로 얼마되지 않지만 바다로부터 시작되어 처음부터 가파르고 만만치 않은 산이다. 오르내릴때 입시에는 진달래가 피었지만 능선에는 이제 겨우 망울을 티우고 있었다. 산수유와 구별하기 어려운 생강나무가 만개하여 그나마 등산객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금년에는 이 곳 남녘에도 봄은 아직 이른 것 같다.  덕룡산은 마치 설악의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의 축소판 같이 험한 암릉으로 초보자가 산행하기에는 무리인 산이다. 몇 번이나 밧줄을 타고 오르내리고 잠시 한 눈을 팔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곳이 많았다.  처음 참석을 하였지만 분위가 좋아 전혀 낮설지 않았고 산상에서 점심시간에는 막걸리 돼고고기 수육에 묵은지까자지 진수성찬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부가 같이와서 더욱 분위가 좋아보였다.

덕룡산 정상에 오르니 다도해가 한 눈에 들어오고 정약용 선생이 시름을 달래던 강진 앞바다가 보였다.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산이 마음을 달래듯 나도 그동안 가슴아팠던 일들을 바람에 실어 모두 강진 앞바다에 던지니 훨씬 마음이 가벼웠다. 앞으로도 시간이 되는대로 자주 산을 찾을려고 한다. 우리의 건강과 마음을 다스리는데 등산처럼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시간제약으로 바로 앞에 보이는 주작산을 바라보며 아쉽지만 하산을 하였다. 하산후 뒤돌아보니 밭에는 청보리가 파랗게 돋아나고 덕룡산은 봉황이 날개를 쫙펴고 나는 듯이 마을을 감싸고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분당에 도착하니 체감기온이 겨울처럼 느껴왔다. 그래도 하루를 알차게 보내니 사는 맛이 났다. 함께 산을 했던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산처럼 묵묵히 그 자리에서 자기일을 하며 사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