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교 시인
변영교 소설가,시조시인이 첫 시집 [꽃을 위한 명상]이
2013년 1월, 도서출판 토방에서 나왔다.
일찍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시조로 등단한 시조시인이었지만,
장편소설 <삼맥종>까지 발표한 역사소설가의 시조집이라 더욱 신선한 느낌이 든다
변영교 시인은
198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시조문학] 천료로 등단하였다.
다음은 '시인의 말' 일부이다.
"젊은 여배우가 옷을 벗는다
가슴을 드러내고 아랫도리를 드러낸다.
예술한다지만
대단한 용기다.
나도 맨살을 드러내 볼까?
.....
많은 이가 소나무에 나래 접고 앉은 학(鶴)처럼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들도 벌레를 잡아먹으며 알을 까며 사는 거다."
시조 92편 165수다.
이 중 몇 줄이 읽는 사람의 가슴을 울려
그 읽는 수고에 보답할 수 있을까?
라는 시인의 말에서 시인의 겸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수녀修女]
사과 한 입 베문 죄가 / 만대萬代를 내리는가? /
어찌 보면 그건 호기심 / 죄도 아닌 것을... /
모두가 내 탓이로소이다 / 까만 죄를 쓰고 산다.
아마도 아담과 이브의 모티프를 형상화한 詩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여인女人]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저만치서 바라보면 / 잘 익은 달항아리 /
한 발짝 다가서면 / 모래 자국 / 하나 / 둘 /
몇 걸음 더 다가가 보면 / 도공陶工의 지문도 보인다. /
아담과 이브의 철부지 호기심을 만대에 걸치도록 모든 인간이 까만 죄를 쓰고 살도록 한 신에게
여인의 얼굴에 남아 있는 지문을 그것도 신의 어설픈 인간창조로 남은 지문임을 '보인다'라고 너무나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에 대한 또 다른 답은 [무제無題]에서도 보인다.
하늘이 무너지는 / 억장 같은 아픔도 /
하루 이틀 사흘 나흘 / 묽어지며 잊느니 /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 그리 그리 사느니 /
인간의 늙음과 얼굴에 점점 짙어지는 주름과 신에 대한 실망도 '하늘이 무너지는 억장 같은 슬픔과 같으리라. 그래서 인간은 신에게도 만족하지 못하는 삶이기에 인간의 삶에서 생겨나는 억장 같은 슬픔쯤은 "그리 그리 사느니"라고 선언했으리라고
이런 시조와는 대비되는 [오도송悟道頌]은 참으로 신선한 시조다.
평생 거짓말만 / 하다 간다는 해인사 스님 /
마지막 고백 한 마디 / 산안개를 걷었네 /
먼 데 산 풀꽃 한 송이 / 홀로 피고 홀로 진다. /
현실을 통찰한 사실이 화자인 스님을 통해서 고백되었지만,
"마지막 고백 한 마디 산안개를 걷어네"라고 읊으면서 종교와 종교인의 위선을 호기심으로 화해로 신보다도 먼저 용서하고 있다.
꽃만이 그러하겠는가!
인간도 마찬가지고, 스님도 마찬가지고, 성직자도 마찬가지로 "홀로 피고 홀로 진다"는 범주에서 살아갈 뿐이고 죽어갈 뿐일 것이다.
꽃을 위한 명상(暝想) / 변영교
비 개인 그날처럼
한 하늘이 열리던 날
두레박 몇 겁(劫)을 내려
옹이 맺힌 결을 풀고
싱그런 청복(淸福)의 화살을
온몸으로 받는다.
뒤돌아 어지러운
익모초 달인 강물
고즈넉이 얹고 보면
절정에서 타는 개화
누구도 드러내지 않는
살아 아픈 숨결소리...
미답(未踏)의 설운 땅에
누가 먼저 기(旗)를 꽂나
섬짓 섬짓 에인 칼끝
살로 웃는 아침 한 때
꽃들은 어깨를 포개어
마파람을 쓸고 있다.
<변영교 시인의 약력>
* 198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 1989년 계간 시조문학 천료, 시조시인
* 1994년 합동시집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세계’ 출간
* 2012년 역사소설 ‘삼맥종’ 출간
* 2013년 시조시집 ‘꽃을 위한 명상’ 출간
* 외환은행 런던지점, 기획부 근무
* 대동은행 국제부, 홍콩사무소 근무
* 현재 관세사로 보성합동관세사무소 근무 중.
이상범 시인의 해설을 본다
꽃을 위한 명상은 변영교 시인의 가장 물오른 시기의 작품이다.
물론 이 작품이 23년 전 작자의 활짝 열린 내면이 비 개인 그날처럼 한 하늘이 열리던 날,
내면에 두레박 몇 겁을 내려 옹이 맺힌 결도 풀어 주고 싱그러운 청복의 화살, 곧 햇살을 온몸으로 받는다.
그러나 그 같은 햇살을 받기 위해 그동안 겪었던 고난을 돌아보면 어지러운 익모초 달인 강물과 같이 쓰디쓴 세월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어지러움을 저기쯤 고즈넉이 얹어두고 보면 정절에서 타는 개화를 볼 수가 있다.
계곡이 깊으면 산이 높음과 같다. 고난이 깊은 곳에 절정에서 타는 보람의 빛을 보는 것이다.
그 꽃은 곧 누구도 드러내지 않는, 살아 아픈 생명의 소리임을 감지한다.
그리고 영혼의소리에 이어 개화에 이르는 과정을 젊음과 패기를 앞세워 개간과 굴착을 통해 뚝심의 감성으로 승화한 역작이라 하겠다.
커피 한잔 값으로 이렇게 살아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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