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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虛)의 장(章)

혜안1952 2010. 12. 3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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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虛)의 장(章) 제군(諸君)! 이 소식을 알자면 먼저, 마음을 욕망의 덮개와 불안의 밑이 없는 항아리로 비워놓게! 그럴 양이면 아롱진 바람들과 고름 낀 인업(因業)들이 민들레 마른 꽃술인 양 스러져 흩어질걸세. 애증(愛憎)의 동아줄도 풀어질걸세. 선악의 철창도 열어질걸세. 신화의 망루(望樓)도 무너질걸세. 마침내 그대는 화평(和平)으로 해방된다는 말일세. 제군(諸君)! 허(虛)란 실상 실유(實有) 그것일세. 어둠에서 빛으로 불에서 물로 진창에서 꽃밭으로 식료(食料)에서 변통(便痛)으로 바람에서 돌 속으로 사람에게서 짐승에게로 물고기에서 땅벌레에게로 죄수(罪囚)의 눈빛에서 간수(看守)의 눈빛으로 여왕(女王)에게서 걸인(乞人)에게로 시(詩)에서 과학으로 전쟁에서 평화로 봄 여울에 눈 녹아 흐르듯 흐르며 또한 동양화의 여백(餘白)같이 본래(本來) 있어 생사(生死)와 명멸(明滅)을 낳고 시간과 공간을 채워서 남음이 없지. 그래서 허(虛)는 존재(存在)와 생성(生成)을 혼연(渾然)케 하고 운명과 자유를 병존(竝存)케 하며 모든 실존(實存)의 개가(凱歌)를 울려 저 허허(虛虛)한 창공(蒼空)을 스스로의 안에서 대응(對應)시키는 조화(造化) 속일세. 제군(諸君)! 그러나 이 경지는 막다른 심연(深淵)의 축복에서 드맑은 정상(頂上)에 이르른 생(生)의 화해(和解)된 인지(認知)라는 것을 납득(納得)해주게. 詩/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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