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 A Better World , 2011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세 가지 선택들
소위 ‘좋은 영화’라 불리는 영화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리얼리티’가 있다는 것. 리얼리티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애니메이션도 설득력이 있다면 리얼리티가 충분하지만 반대로 사실을 찍은 다큐멘터리라 할 지라도 주제와 어울리지 않으면 리얼리티가 없는 것이다. 오늘 소개할 ‘In a Better World’에는 강렬한 리얼리티가 있다. 2011년 골든 글러브와 아카데미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각종 국제영화제 대상을 석권한 이 영화는 우리 일상에 만연한 폭력과 야만,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몇 가지의 양상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염원을 그려내고 있다. 여성감독의 작품답게 다소 폭력적인 주제를 다룬 영화임에 반해서 부드러운 배경음악과 따뜻한 영상미, 세심한 디테일과 여운이 남는 결말로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며 많은 성찰을 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영화는 폭력이 자행되는 양상과 그에 대응하는 한 어른 및 두 아이의 행동을 중요한 두 축으로 전개된다. |
![]() |
영화를 이끄는 상반된 성격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안톤’은 덴마크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의료봉사를 하는 의사다. 열정적으로 보이는 그의 삶은 한편으론 별거중인 아내와 두 아들, 그리고 조국인 덴마크로부터의 현실도피처럼 보이기도 한다. |
![]() |
또 다른 주인공인 ‘크리스티안’은 엄마의 죽음으로부터 온 격한 감정으로 세상과 가족에 대한 반감과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다.
40대의 중년 ‘안톤’과 10대 소년 ‘크리스티안’의 이러한 상반된 성격과 세상을 보는 시선, 그리고 그로 인해 겪게 되는 딜레마는 영화의 주된 주제로 자리잡는다. |
![]() |
이러한 등장인물들을 이용해 감독은 관객들에게 ‘반갑지 않은, 생각하기도 싫은, 피하고 싶은’ 세 가지 선택의 상황을 던져준다.
1. 학교에서 친구가 따돌림과 심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곳 어디에도 폭력의 씨앗인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내기를 위해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 성별을 확인하는 반군 지도자,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폭력을 당하는 ‘안톤’의 아들 ‘앨리아스’… 폭력의 강도는 다를지라도 그로 인해 겪는 고통은 다르지 않다. |
![]() | |
“사람들은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잠시 죽음을 느끼게 된단다. 삶과 죽음은 한 장의 장막과 같은거야.”
용서와 복수도 삶과 죽음처럼 너무나도 상반된 단어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를 볼 수 없어도 하나의 몸체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live(살다)’를 뒤집으면 ‘evil(악마)’이 되듯이 어쩌면 우리 삶에 악과 폭력은 언제나 함께 해 왔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더 좋은 세상’을 위한 당신의 선택은 과연 무엇인가? |
인 어 베러 월드 (In A Better World, 2010) _수잔 비에르
덴마크의 목가적 마을에 있는 집과 자신의 일터인 아프리카의 난민수용소를 오가며 생활하는 의사 안톤과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복수와 화합 그리고 문명에 대한 이야기로, 제목 '보다 나은 세상'을 주제로 베테랑 여류 감독 수잔 비어가 제시하는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 평화와 우정, 부부애, 인류애, 결손가정 등 심도깊은 철학적인 주제를 지닌 작품. 63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제83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
아프리카 난민 캠프와 덴마크의 목가적인 작은 마을이 대비되는 이 영화는 두 공간을 통해 정치적인 문제로 자행되는 커다란 폭력의 문제는 물론 일상의 작은 틈새 속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폭력의 문제까지 그려내고 있다. 또한 폭력이 폭력을 낳는 고질적인 병패 속에 발생하는 복수와 용서의 문제를, 그 안에서 갈등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제기하며, 진정한 휴머니즘이란 무엇인지 돌이켜보게 한다. 개인이 직면한 가족의 문제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힌 세계의 문제들을 통해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나약함과 강함을 감동적으로 대비시킨 이 영화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선택이란 어떤 것일지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며 사색하게 하며, 강렬한 메시지에 광활한 대자연이 선사하는 매혹적인 풍광이 더해져 아카데미 외국영화상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김민지 글 인용, 홍성진 편집)
<인 어 베러 월드>를 연출한 수잔 비에르 감독은 장편 데뷔작 〈Freud Leaving Home>(1990)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하여 큰 이슈를 불러 일으킨 바 있으며, 〈The one and only>(1999)로 인구 500만의 덴마크에서 무려 1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해 덴마크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도그마 선언의 계보를 이은 명작 중에 명작이라는 평을 이끌어낸 <오픈 하트>(2002)를 비롯, 미국에서 리메이크되며 회자 된 <브라더스>(2004), 79회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노미네이트 작 <애프터 웨딩>(2006) 등을 연출, 선보이는 작품마다 평단과 관객 모두를 사로잡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그리고 2010년 선보인 수잔 비에르 감독의 신작 <인 어 베러 월드>가 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83회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까지 수상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뿐만 아니라 제 5회 로마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제41회 인도국제영화제에서 실버 피콕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과 완성도를 두루 갖춘 작품인 <인 어 베러 월드>를 통해 차후가 주목되는 감독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카데미 외국영화상 수상이 입증하듯, 미국 평론가들의 극찬이 쏟아졌다. LA타임즈의 케네스 튜란은 "숭고하고 이례적인 그리고 진정한 휴머니즘의 힘을 담은 영화!",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폴 바이른스는 "강렬하고 사려 깊은, 거장의 영화. 절대 놓치지 마라!", 롤링 스톤의 피터 트래버스는 "<인 어 베러 월드>는 감동의 원동력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앤 호너데이는 "공포감 고조를 위한 탄탄한 긴장감과 절묘한 전개, <인 어 베러 월드>는 마치 대량의 테스토스테론이 천천히 스며드는 것 같은 작품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존 앤더슨은 "몸에 꼭 맞는 연기와 아름다운 영상, 황홀한 음악과 제대로 된 결말을 갖춘 완벽한 드라마! 오스카 수상의 이유를 알 것이다."라는 극찬에 가까운 호평들을 보냈다.
| June 8, 2011 | |
|
호기심에서 인류애적 성찰의 마무리가 돋보이는 <인 어 베러 월드> 씨네21
![]() |
아프리카의 한 구호소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안톤(미카엘 페르스브란트)과 덴마크의 평온한 마을에 살고 있는 열살 난 소년 크리스티안(윌리엄 요크 닐센). 멀고 먼 두곳에 있는 두 인물을 교차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의외로 가깝다. 크리스티안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엘리어스를 구해준 다음 그의 단짝 친구가 된다. 한편 덴마크의 집으로 잠시 돌아온 안톤은 아들 엘리어스가 어느덧 크리스티안이라는 친구 한명을 사귀었다는 걸 알게 된다. 엄마를 병으로 잃고 난 뒤 정체 모를 분노감으로 가득 차 있던 크리스티안은 엘리어스와 안톤에게 차례로 일어나는 일련의 폭력 사건에 관하여 당사자들보다 더 무섭게 격분한다. 이 소년은 폭력은 폭력으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른들도 꾸미기 힘든 모종의 복수극을 꾸민다.
<인 어 베러 월드>는 올해 골든글러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이자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이다. 덴마크의 흥행 감독으로 유명한 수잔 비에르는 사람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한편 감각적인 화면으로 그 관계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인 어 베러 월드>에서는 배우들도 그 생기에 한몫한다. 위기와 고난에 처한 그러나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지식인의 연기를 훌륭하게 해낸 안톤 역의 미카엘 페르스브란트, 나이답지 않은 눈빛과 표정으로 섬뜩함을 전하는 크리스티안 역의 윌리엄 요크 닐센이 그들이다. <인 어 베러 월드>는 자칫 빠지기 쉬운 도식적 구조에서 현명하게 벗어나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그 다음에는 스릴과 공포로 다시 인류애적 성찰로 마무리되는 다층적인 구조가 돋보인다.
[줄거리]
상처와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현대인의 자화상
뇌종양으로 엄마를 하늘로 떠나보낸 후 덴마크에 있는 할머니 댁으로 이사 온 크리스티안. 아빠가 엄마를 방치해 죽게 했다고 믿고 있는 크리스티안에게 직장일로 런던을 오가는 아빠의 과잉 친절은 부담스럽다. 세상을 향한 적개심만 커져갈 뿐. 부모의 별거와 스웨덴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는 엘리아스도 엄마의 따뜻한 포옹이 더 이상 위로가 되지 못하고 상처를 애써 억누르며 살고 있기는 크리스티안과 마찬가지.
전학 오는 날부터 엘리아스의 왕따 장면을 수차례 목격한 크리스티안은 엘리아스를 괴롭히는 패거리 친구의 대장을 칼로 위협하는 큰 사고를 치게 되지만, 끝까지 칼 사용을 부인하는 엘리아스와의 암묵적 합의로 인해 큰 죄를 모면하게 된다.
엘리아스의 아빠 안톤은 검은 대륙 아프리카 오지에 캠프를 치고 의료봉사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한 폭력 앞에 본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쉴 새 없이 환자 처치를 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에 고민이 깊어간다. 반군 게릴라 지도자를 치료하지 말아 달라는 원주민의 빗발치는 요구를 무시하는 안톤.
안톤의 행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무 잘못 없이 따귀를 맞고 아이들에게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해 따귀 때린 자동차 정비사를 다시 찾아가지만, 그 자리에서 따귀를 또 맞고 마는 안톤. 안톤은 애써 발걸음을 돌리며 우리가 이긴 것이라며 아이들을 달래지만 아이들은 그건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결국, 크리스티안과 엘리아스는 정비사에게 복수하기 위해 인터넷사이트를 보고 사제폭탄을 만들어낸다. 아무도 없는 일요일 아침을 택해 정비사의 차를 폭파하기 위해 차량 밑에 폭탄을 설치하고 멀리 숨어서 지켜보는 두 주인공. 때마침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가 차량 가까이 다가오자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가까이 오지 말라며 뛰쳐나가는 엘리아스. 차량은 폭파되고 엘리아스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만다. 병원을 찾아온 엘리아스의 엄마는 크리스티안의 멱살을 쥐고 “네가 엘리아스를 죽인 거야”라며 흐느끼고, 크리스티안은 친구 엘리아스가 죽은 줄 알고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크리스티안의 행방불명을 이상하게 여긴 안톤은 두 소년의 해안가 아지트 건물을 찾게 되고 건물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려는 크리스티안을 부둥켜안는다. 엘리아스는 깨어나고 영화는 결말로 치닫는다.
기말고사가 끝난 두 아이에게 영화를 보여준 것인데, 어려운 유럽영화를 고른 탓에 조금은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영화관을 나오다 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 애가 불쑥 말을 꺼낸다. “아빠, 이 영화는 싸우지 말라는 영화 같아.” 영화의 메시지를 바로 알아차린 둘째가 고마웠다. 아내에게 물었더니, “자녀의 사춘기에 잘 대비하라는 영화”란다. 풋, 코웃음이 나왔다. 정작 사춘기인 큰 아이는 영화가 어땠느냐는 질문에 대답이 없다. 역시 사춘기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과 골든글러브 외국어영화상을 움켜쥔 이 덴마크 영화는 장면 곳곳에서 현대인이 겪는 상처와 폭력에 대처하는 자세를 관객에게 묻고 있지만, 결국 해답은 용서와 희생을 보여주는 엘리아스의 행동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엘리아스를 통해 크리스티안이 아빠와 관계를 회복하고 별거 중이던 엘리아스 부부도 서로 관계를 되찾았다. 가족은 치유와 회복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씨앗이자 변화의 출발점인 셈이다.
스스로의 변화 속에 더 나은 세상이 열린다
조금 다른 비유이기는 하지만 2018년이면 우리나라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그리고 2018년 겨울올림픽까지 4대 스포츠대전을 모두 개최하는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 것이다. 이젠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의 위치에 서게 된 대한민국.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세계 5위의 무역 강대국에 오를 큰 꿈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선진국 도약이 문제없을 것 같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면서도 마음 한구석 석연찮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집 앞 주차문제로 이웃을 경찰에 신고하거나, 지하철 안에서는 여전히 고함을 지르고, 길거리에서 여성이 위협받으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그만큼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성숙과 배려로 남을 더 생각하는 사회. 인격과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 약속과 규칙이 잘 지켜지고 잘못은 먼저 나에게 있다고 인정하는 겸손의 미덕이 함께 공유될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활력 있고 건강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선진국 지위는 덤으로 따라오지 않을까?
얼마 전 큰 아이의 숙제를 보니, 우리 사회의 가치전도현상을 보여주는 신문기사를 조사해오라는 것이었다. 많은 사건·사고들이 그 주변 환경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게 됐다. 숙제를 도와주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의 상처와 폭력에 대해 너무 무신경한 것은 아니었는지 스스로 반문해 본 적이 있다. ‘In A Better World’. 더 나은 세상을 위하는 길은 바로 우리 스스로의 변화에 있다. 동계올림픽 성화가 붉게 타오를 2018년의 멋진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글_이승배 KCC 홍보기획팀 사무관
'연극.영화 관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I believe I can fly (0) | 2012.01.09 |
---|---|
Johnny Guitar "고원의 결투" (0) | 2011.12.30 |
[영화] 세 얼간이(3 Idiots) (0) | 2011.08.26 |
Away from Her (0) | 2011.06.26 |
연극"산불" (0) | 2011.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