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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기

혜안1952 2017. 10. 6. 19:47

 

지리산 종주기

 

 몇 달 전 중학교 절친 5명이 경로증 획득 기념으로 무얼 할까 하다가 체력테스트 겸 지리산 종주를 하기로 했다. 1967년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지리산은 경상남도 함양, 산청, 하동, 전라남도 구례, 전라북도 남원 등 삼도에 걸쳐있는 위대한 어머니 같은 산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머무르면 지혜로워진다하여 지리산(智異山)이라 불렀고 멀리 백두대간이 흘러왔다.’하여 두류산(頭流山)이라고도 하며 옛 삼신산의

하나인 방장산(方丈山)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리산의 백미는 종주다서쪽 노고단에서 동쪽 천왕봉까지 25,4km, 60여리를 걷는 것만으로 힐링 그 자체가 된다.

 

문제는 산장 예약이다.

보름단위로 하는 산장예약이, 특히 이 번 같이 연휴 때에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

 

다행히 진주에 있는 이교수가 어렵게 산장예약을 했다. 우리는 연휴 첫 날 구례에서 조우를 했다. 마트에서 부식을 마련하고 점심을 먹고 성삼재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는 노고단 산장에서 배낭을 풀었다.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 날씨는 우리를 더욱 들뜨게 했다. 노고단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식사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겨우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서사장이 가져온 부침개를 안주로 막걸리부터 한잔했다. 고기를 굽고 술이 한판도니 금방 옆 팀과 어울리게 되었다. 30~40대 노처녀들과 베테랑 산꾼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에 서쪽하늘이 빨갛게 물들더니 이네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며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산장의 소등경고음에 우리는 잠을 청했으나 모두들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전날의 과음으로 늦게 일어난 우리는 연하천산장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바로 노고단으로 올랐다. 노고단(老姑壇)은 신라 화랑들이 이곳에서 수련을 하면서 탑()과 단()을 설치하고, 천지신명과 노고할머니께 나라의 번영과 백성의 안녕을 기원한데서 유리되었다고 한다.

 

나는 아무래도 체력이 제일 부족한 것 같아 먼저 노고단에 올랐다. 나는 세 번째 하는 종주이지만 노고단은 종주길 에서 약간 벗어나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노고단에 오르니 역시 바람이 세차고 멀리 구례와 섬진강이 아득하게 보였다.

 

한 두 시간하면 가리라 생각했던 연화장대피소는 가도 가도 끝이 없고 저녁부터 온다는 비는 10시쯤부터 내리기 시작하여 정오가 지나서 겨우 연화천산장에 도착하니 꽤 많이 내렸다. 우리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우선 급하게 가져간 쌀국수로 배를 채우고 따뜻한 누룽지로 점심도 같이 보탰다. 아침과 점심을 동시에 먹은 샘이다.

 

다시 벽소령을 지나 숙소인 세석대피소로 가는데 빗방울은 더 세지고 마치 태풍과 같은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산 능선을 올라 설 때마다 비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오직 어둡기 전에 세석산장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걸었다. 오르고 내리고를 얼마나 반복했던지 나중에는 내려가는 길이 반갑지 않았다. 내려가면 반드시 다시 올라가야하기 때문이다. 신발과 옷은 빗물로 범벅이 된지 오래됐지만 열심히 걸었다. 갈 길은 먼데 날은 어둑어둑해지니 다리 힘이 빠져 비틀거리며 넘어지며 더욱 걸음을 재촉했지만 결국 우리는 어둠에 갇히고 말았다. 랜턴과 헤드랜턴을 켰지만 돌과 웅덩이로 얼망이 된 길을 찾아 걷는 것은 정말 인간의 한계를 실험할 정도였다. 육사출신 손 장군도 군에서도 이런 경험은 없었다고 하였다. 약 어둠속에서 2시간을 헤매다가 산장에 도착하니 신발은 물 범벅이고 비는 계속되었지만 눈물이 날만큼 반가웠다. 우리 일행이 제일 늦어 겨우 저녁을 해 먹는데 벌써 식당은 소등이 되어 우리는 랜턴에 의지해서 겨우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갔더니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밤사이 폭우 경보로 내일 산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경고였다.

새벽에 날씨도 궁금하고 화장실에 가기위해 밖을 나와 보니 비는 계속되었지만 빗줄기는 많이 약해진 것 같았다. 다만 전 날 무리한 산행으로 거의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육신이 아파왔다. 아침을 먹고 장터목산장을 향해 걸어가는 데 안개비로 시야는 좋지 못하지만 다행히 비는 거의 거치고 있었다. 장터목에서 겨우 초코파이를 하나씩 사먹고 천왕봉을 향해 가는데 주목과 빨간 단풍이 위안이 되었다. 통천문을 지나 드디어 천왕봉에 오르니 그야말로 하나의 커다란 목표 달성한 것처럼 가슴 뿌듯하였다.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지리산에는 1,500m가 넘는 봉우리가 20여개로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3대 주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천왕봉을 기점으로 다시 하산을 시작하여 법계사를 지나 마지막대피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중산리행 막차 버스가 6시에 있다고 하여 식사를 대충하고거의 한 번도 쉬지 않고 2.7km의 길을 1시간 30분 만에 내려왔다.

우리는 겨우 버스를 타고 중산리에서 택시를 갈아타고 하산주와 저녁식사를 위해 진주로 갔다. 이 교수 단골 식당 사장님이 우리들만을 위해서 맛 나는 안주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진주 남강에는 유등축제가 화려하게 밤을 밝히고 있었다.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게 동고동락한 친구 4명에게 정말 고마움을 표하고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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