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줄거리

미당 서정주님의 선운사를 읽고

혜안1952 2010. 12. 30. 22:45

     미당 서정주님의 선운사(禪雲寺) 를 읽고


                                                                                                                                           김 수진


   약 한달 전 산악회를 따라 선운산을 갔다 왔다. 사실 멀고 다른 일도 좀 있었지만 언제부터 가보고 싶었던 선운사와 동백꽃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며 갔다. 선운산은 정말 경치가 좋았다. 옛날 산이 바다였을 때 배를 매었다는 배맨바위, 서해안 낙조를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인 낙조대, 용이 지나갔다는 용문 굴, 개의 이빨처럼 생겼다는 견치봉, 정상인 도솔산을 지나 선운사 뒤에 있는 석상암 앞에는 차밭이 있었다. 드디어 선운사 경내에 들어서니 대웅보전 앞에는 초파일이 한 달 보름 이상 남았는데도 색색 연등이 아름답게 달려있었다. 나는 제일 먼저 절 뒤에 잇는 동백나무로 달려갔다. 천연기념물 184호인 동백나무는 크기로는 제일이었다. 동백잎 만 무성하고 꽃이 보이지 않아 가까이 가보니 동백꽃이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동백꽃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는 꽃이기도 하였다. 아내와 결혼하기 전 처음으로 장거리여행을 하였는데 그곳이 여수 동백섬이었다. 그때 본 동백꽃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마침 지난주 숙제로 명 수필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하여 미당 서정주님의 『선운사』를 일게 되었는데 얼마 전 다녀온 선운사가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그런데 글을 일고 나니 선운사를 가기 전에 보고 갔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서정주님이 선운사라는 글에서 언급하신 만세루와 등신대의 세 부처님과 보살상을 자세히 보지 못하고 도솔산을 가서 미처 도솔천을 상징하는 내원궁 암자를 보고 오지 못하였으니 어찌 선운사를 다녀왔다고 할 수 있을까?  다행이도 선운사 앞에 흐르는 도솔천의 맑고 아름다운 경치에 내 마음을 깨끗이 씻고 왔다고 자위라도 하고 싶다.

서정주님이 선운사를 찾은 시기가 나와 비슷한 시기인지 활짝 핀 동백꽃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선운사 동구”라는 시로 남겼는데 그 시비가 절 입구에 세워져 있었다.

감히 서정주님의 수필을 평할 수 있겠냐마는 그분의 예리한 관찰력,풍부한 감성,도솔천의 맑은 물처럼 군더더기 없는 정교한 표현력에 감탄할 뿐이다. 그것은 그분이 글재주가 있어서 이기도 하지만 그분의 불교에 관한 높은 식견과 선운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내원궁 암자를 내려오며 “내 피와 살이 아직 마음에 다 붙어 있는 연유로 다시 무거워 져서,선운사 큰 절로 내려오니...”라는 겸손한 표현을 어찌 우리가 흉내 낼수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선우사 동구」라는 미당의 시를 감상하며 육자배기를 불러주던 주모와 선운사를 다시 떠 올려본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시방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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