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단상

결혼식 풍경

혜안1952 2014. 5. 31. 23:29

 

금년 봄에는 유난히 결혼식이 많은 것 같다.

우리나이가 자식들이 한창 결혼적령기에 다달았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금년 가을에 윤달이 있어 윤달에는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하여 봄으로 당겨서 많이 한다고들 한다.

지난달 우리집 결혼식날에도 지인들의 결혼식이 6~7명이나 있어 하객들이 좀 힘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는 10월 24일부터 11월 21일에 윤달이 끼어 있다 보니 서둘러 봄철 결혼을 올리려는 예비 부부들이

늘고 있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이 윤달 결혼식을 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달의 움직임을 보고 주기를 삼는 태음력을 사용했는데
태음력으로 보면 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돌기 위해서 354일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1년 365일에서는 11일이 모자란다.
따라서 이러한 차이를 맞추기 위해서 19년에 일곱 번의 윤달을 만들어서
태음력과 태양력과의 차이를 조절하는 것이 윤달이다.

  
옛 풍속에서는 윤달을 두고 다른 해보다 한 달이 더 많아 공달이라고 불렀는데,
민간에서는 윤달에는 어떤 일을 해도 손을 타거나 부정을 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이사나 결혼식, 조상 묘 단장 등 여느 때라면 신이 노여워할까 하지 않았던 일을
윤달에는 거리낌 없이 하는 일이 많았다.

노인이 있는 집에서는 호상을 바라며 윤달에 수의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윤달은 평년보다 남는 달이라고 해서 귀신이 모르는 기간이라
귀신들이 활동하지 않는 기간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결혼식을 올릴 때에 조상들이 찾아오지 못할 것을 걱정하여
가급적 윤년 결혼식을 치르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생겼다.
그리고 점점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면서
아예 윤달 결혼식은 올리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오늘도 결혼식이 많은지 시내 교통이 대단히 혼잡스러웠다.

날씨마저 한 여름 날씨로 100년만의 더위가 왔다고 할 정도로 더운 날씨에 결혼식이 3건이나 있었다.

결혼식에 가기 전 모처럼 집안청소를 하였다. 집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내 방의 가구배치를 약간 바꾸고

지난 달 결혼한 딸의 방안에는 시원한 액자를 하나 걸고 그동안 집사람이 없을 동안 쌓였던 먼지를 말끔히 닦았다. 화분도 베란다에 내 놓고 물을 주었다.

2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있는 예식 참석을 위해 옷을 갈아 입고 첫번째 예식장으로 향했다.

 

첫번째 예식은 옛 직장의 후배 아들이 장가 가는 날이다.

결혼 축하도 의미가 있지만 결혼식에 가면 옛 동료 선후배를 만날 수 있어 가능한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혼주와 인사를 하고는 식장보다는 옛 직장 아는 얼굴들과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향했다.

그동안 안부를 묻고 옛날의 향수에 젖어 식사를 하니 시간가는 줄도 모르다가 결혼식에 참석했던 친인척과

하객들이 식당으로 몰려오자 우리는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혼사를 축하하러 갔는데 식장은 들어가보지도 않은 것이 마음에걸렸다.

 

두 번째 결혼식장은 마침 지하철로 두 정거장 밖에 되지 않았다.

결혼식은 요즘 유행하는 주레없는 결혼식이었다.

두 신랑신부가 서로의 약속을 담은 서약서를 읽는 것으로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신랑 신부는 각각 5가지 약속들을 했다.

신랑은 절대로 보증이나 담보 같은 것은 서지 않겠다고 하여 폭소가 터졌다. 

신부는 산랑이 결혼 후에도 원만한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신랑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요즘 젊은이 답게 재미있고 의미있는 약속인 것 같았다.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판에 박은 듯한 주례사를 듣는 것보다는 훨씬 좋았다. 거기다가 발랄한 무용까지 곁들이니  하객들이 같이 호홉하고 즐길수 있어 좋았다.

 

세 번째 결혼식은 강남의 프라이빗 전용 예식장으로 저녁 6시에 시작되었다.

저녁이라 시원하기도 하고 예식이 한 팀밖에 없어 붐비지 않아 좋았다.

강남에 9층 건물 전체가 예식장 전용건물로 사용되다니 손익분기점이  궁금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 좋은 예식장에서 바로 앞 전 결혼식장에서 부른 축가를 또 들었다.

요즘은 예식장도 경쟁이 심한지 서비스가 전보다 많이좋아진 것 같다. 

이번에 주례는 성우 출신이어서 그런지 목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다.

게다가 혼주와 잘알고 신랑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 제대로 주례를 모셨다고 생각했는데 성우의 목소리로 정호성 시인의 시까지 읆으니 정말 좋았다. 얼마 전 친구 자녀의 국제결혼식에서 댄스파티가 있었던 것 처럼 요즘은 정말 특색있는 결혼식이 많아졌다. 어떤 결혼식이던지 판에 박은 듯한 똑 같은 주례사를 듣는 것 보다는 좋았다. 또한 부모보다는 신랑 신부 당사자 위주의 결혼식으로 변하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일이다.

지낭해 한 언론사의 캠페인으로 많은 사회지도층이 작은결혼식을 한다고 약속을 하였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 최고의 시장인 서울시장이라는 사람이

장소만 다를뿐 호텔못지 않은 곳에서 호화판 결혼식을 하였다고 하여 비난을 받고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지도층은 비난 받아 마땅할뿐만 아니라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결혼식에 하객들을 지금처럼 많이 초청해야하는지?

주말에만 결혼식을 해야하는지?

낮에만 결혼식을 해야 할지?

봄가을에만 결혼식을 해야하는지?

예식장이나 호텔에서만 해야 할지?

신랑신부보다는 부모님 위주의 결혼식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때가 된 것 같다.

세태에 따라 결혼의 풍속이 바뀌는 것이 당연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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