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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사랑법 !

혜안1952 2011. 5. 27. 10:39

숲에 사는 나무들은 옮겨 다닐 수가 없으니 옆자리에 함께 자라는 나무와 평생을 살아야 한다.

그들은 숙명적으로 하나의 공간을 서로 나누어야 한다. 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나누고,

양분을 흡수할 땅을 나누고, 서로의 가지와 가지가 만나는 공간도 나눠야 한다.

식물에게는 광합성이 가장 중요한 생명활동이므로 대부분의 나무는 가지를 옆으로 벌린 채

햇빛을 받으며 살아간다. 옆 나무의 가지를 가리기도, 옆 나무 가지와 직접 부딪히기도 한다.

이러한 나무들이 나누는 사랑법이 있다.

갈등과 고통과 해소의 지혜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나무들의 사랑법!

 

나무와 나무가 맞닿아 더 이상 비켜 설 곳이 없을 때 서로의 장벽인 껍질을 벗고

두 그루의 나무가 한 그루로 합일한 것이 있으니 이것이 연리목이다.

단순히 붙어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나무껍질을 벗고 세포와 세포를 합치고

새로운 껍질을 만들어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살아간다.

가지와 가지가 합쳐진 연리지(連理枝), 줄기와 줄기가 합쳐진 연리목(連理木)이 있다.

특히 연리지가 되는 일은 바람의 훼방 때문에 연리목에 비해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가지와 가지가 맞닿아 하나로 합쳐지려 할 때 바람이 불면 가지는 속절없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넘어서서 끝내 합일을 이루어낸 것이 바로 연리지의 사랑이다.

이들의 사랑은 서로 자신의 살을 내어주지 않고는 절대 이룰 수 없다.

 

연리목의 사랑이 아주 귀한 사랑이라면 혼인목은 더 대중적이라 할 수 있다.

서로 같거나 다른 종류의 나무 두 그루가 한 공간에서 자라면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그 모양을 만들어갈 때 그 한 쌍의 나무에게 붙여주는 것이 혼인목이다.

이들은 좁은 공간에서 어울려 살기 위해 서로에게 뻗는 가지를 떨어뜨리기도,

필요할 때는 빈 공간을 찾아 뻗어나가기도 하면서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조화를 이룬다.

연리목이 제 살을 내어주며 하나로 합치는 사랑이라면, 혼인목은 서로의 가지를 떨어뜨려

서로의 공간을 열어주는 사랑이다.

혼인목의 사랑은 옆의 나무로 향하는 날선 가지를 떨어뜨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상대가 허용한 공간으로만 나의 가지를 뻗으며

마치 둘이 하나인 것처럼 나무의 모양을 완성하는 사랑이다.

혼인목은 서로를 위해 각자의 욕망을 덜어내어 완성되는 사랑이다.

나도 있고 너도 있는 사랑이다. 서로 다른 둘의 내가 만나 하나를 이루는 사랑!

그러기 위해서 있는 그대로 인연을 수용하는 사랑!

따로이면서 함께 자라는 꿈을 이루어가는 사랑!

이 모든 것이 오랜 시간 서로를 바라보는 과정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순간순간 불편함을 겪으며 긴 시간을 함께 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경지이다.

 

연리목과 혼인목은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닮은 것 같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 고비가 그리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서로를 더 깊이 아는 기회로 삼았고

갈등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의 영역을 존중해가는 과정!

부부의 본질이 각자이면서 또한 하나인 것에 있음을 평생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몸과 마음으로 익혀온 사랑!

어쩌면 식물이 스스로 자리를 이동할 수 없는 숙명 때문에 그런 지혜가 나왔듯이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에는 내가 어쩔 수 없는 숙명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진 우리의 세대에는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이

바로 옮겨가고 이별하면 그만이기에 세계에서 이혼율이 그리도 높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별은 지독한 상실이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마땅히 그 지혜 앞에 무릎을 꿇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살을 에는 아픔을 딛고 이룩하는 위대한 사랑의 연리목처럼 옆 사람을 참으로 사랑하고자 한다면

나의 몸과 마음을 열고 세포의 칸막이까지도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들 사람의 숲에도 연리목과 혼인목의 사랑을 닮은 공기가 조금씩 복원되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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